크기와 무게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도전
GMC 허머 X 콘셉트가 공개되었습니다. 지엠(GM)의 산하 브랜드로 화려하게 부활한 순수 전기차 브랜드 허머는 그동안 압도적인 크기와 파워를 앞세워 시장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과시해 왔습니다. 거대하고 위풍당당한 허머 트럭과 에스유브이(SUV)는 강력한 출력과 뛰어난 오프로드 성능을 자랑하지만, 동시에 너무 큰 차체와 엄청난 무게로 인해 일상적인 주행이나 좁은 오프로드 환경에서는 늘 제약이 따랐습니다.

최근 판매 둔화와 생산 일시 중단이라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캘리포니아 패서디나에 위치한 지엠 선행 디자인 센터는 이러한 단점을 보완할 새로운 돌파구를 제시했습니다. 그 결과물이 바로 미드사이즈 오프로더의 미래를 그려낸 GMC 허머 X 트럭과 에스유브이 콘셉트입니다.
지엠 측은 이 두 콘셉트 모델의 양산 가능성에 대해 현재로서는 계획이 없다며 선을 긋고 있습니다. 이번에 공개된 X 시리즈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디자인, 그리고 차세대 자동차 제조 기술을 탐구하기 위한 디자인 연구이자 개념적 실험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최근 허머 브랜드가 겪고 있는 시장에서의 정체를 극복하기 위해 지엠이 어떤 고심을 하고 있는지 그 방향성을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특히 그동안 경쟁을 피 지프 랭글러나 포드 브론코와 정면 대결을 펼치기 위해, 더 작고 접근하기 쉬운 가격대의 중형 허머 라인업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지프와 포드의 강점을 흡수한 허머 X 에스유브이 콘셉트
허머 X 에스유브이는 이번에 공개된 두 모델 중 훨씬 파격적이며 브랜드의 미래에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지프 랭글러 루비콘과 포드 브론코 랩터를 명확한 경쟁 상대로 지목하고 있으며, 두 차량의 디자인적 장점을 영리하게 흡수하면서도 차체 크기는 그 중간에 절묘하게 위치시켰습니다.

수치상으로 살펴보면 허머 X 에스유브이의 휠베이스는 116인치(약 2,946mm)로 브론코 랩터보다 약간 짧고, 전체 길이는 188.3인치(약 4,783mm)로 랭글러 루비콘과 거의 동일합니다. 너비는 정확히 80인치(약 2,032mm)로 두 경쟁 모델의 중간 수준이며, 콘셉트카 특유의 낮은 루프 라인을 적용해 전고는 72.9인치(약 1,851mm)로 가장 낮습니다. 반면 지상고는 13.2인치(약 335mm)에 달해 브론코 랩터를 미세하게 앞섭니다.
이처럼 최적화된 차체 비율에 37인치 대형 타이어를 장착하고 앞뒤 오버행을 극단적으로 줄인 덕분에 독보적인 오프로드 진입각과 탈출각을 확보했습니다. 진입각은 44도로 랭글러 루비콘에 이어 최고 수준을 자랑하며, 탈출각은 무려 46도에 달해 경쟁 모델들을 압도하는 험로 주행 능력을 보여줍니다.
차량 곳곳에서는 경쟁 모델들의 짙은 영향력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포드에서 영감을 받은 보닛 타이다운 고리와 동승석 그랩 핸들, 지프의 상징과도 같은 탈착식 비키니 탑 후면에 장착된 스페어타이어가 대표적입니다. 그러나 고정축 방식을 사용하는 경쟁 사들과 달리 허머 X 에스유브이는 네 바퀴 모두에 독립식 서스펜션을 적용하고 멀티매틱 서스펜션을 장착해 차별화를 두었습니다.
휀더 플레어의 트림 조각과 대시보드의 전반적인 형태는 허머 고유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으며, 센터 콘솔의 폭이 좁아진 점을 통해 기존 허머 이브이(EV)에 비해 차체가 얼마나 날렵해졌는지 알 수 있습니다. 실내 바닥 매트에는 디자이너들의 모토인 ‘길을 잃을 수 있는 용기가 새로운 발견으로 이끈다’라는 문구가 모스 부호로 새겨져 있어 특별함을 더합니다.
친환경 기술과 모듈러 설계의 도입
이번 콘셉트 모델들은 파워트레인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으나 순수 전기차 브랜드인 허머의 기조에 맞춰 전기차 레이아웃을 기반으로 합니다. 도어 아래의 거대한 질량감과 독립식 서스펜션 구조는 바닥에 배터리를 배치하고 전후면에 모터가 탑재되는 기존 허머 전기차의 구조를 계승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특히 이번 프로젝트에서 주목할 점은 지속 가능성과 재활용 소재의 적극적인 활용입니다. 시트백과 헤드레스트 뒷면, 대시보드 마감재 등은 모두 폐기된 차량의 범퍼와 전면부를 분쇄해 만든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제작되었습니다. 또한 조립 과정에서 접착제 사용을 최대한 배제하고 클립, 스냅, 패스너 등의 기계식 결합 방식을 채택했습니다. 이는 부품의 탈거와 교체를 용이하게 만들어 수명이 다한 부품이 쓰레기통으로 직행하는 대신 다른 사용자가 쉽게 재사용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단일 소재로 부품을 제조하여 향후 차량 폐기 시 재활용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설계한 점도 돋보입니다.
정통 픽업트럭의 실용성을 담은 허머 X 트럭 콘셉트
에스유브이 모델에 비해 허머 X 트럭 콘셉트는 상대적으로 대중적이고 전통적인 픽업트럭의 형태를 취하고 있습니다. 기존 허머 이브이 트럭과 달리 루프가 고정된 형태를 보여주며, 포드 스타일의 보닛 타이다운 고리를 공유하지만 그 외의 디자인은 트럭 독자적인 실루엣을 완성했습니다.

전반적인 크기는 지엠의 중형 픽업트럭인 쉐보레 콜로라도 ZR2와 거의 유사합니다. 휠베이스는 130.7인치(약 3,320mm), 전체 길이는 207.3인치(약 5,265mm)로 전면 오버행을 최소화한 덕분에 콜로라도보다 다소 짧고 콤팩트합니다. 높이는 73인치(약 1,854mm)로 낮게 깎아낸 루프 라인을 가졌지만, 지상고는 12.5인치(약 317.5mm)로 설계되어 콜로라도 ZR2를 여유롭게 따돌립니다. 35인치 타이어를 매칭하고 차체 너비를 80인치로 제한하여 기존 대형 허머의 부담스러운 넓이에서 벗어나 도심과 오프로드 모두에서 다루기 편한 최적의 비율을 찾아냈습니다.
짧은 오버행이 선사하는 오프로드 기하학적 수치도 상당합니다. 오프로드 성능이 뛰어난 콜로라도 ZR2와 비교해도 허머 X 트럭의 진입각 41.5도, 탈출각 29.7도는 한 단계 높은 수준의 험로 돌파력을 보장합니다. 에스유브이 모델과 마찬가지로 네 바퀴 모두 독립형 서스펜션과 멀티매틱 댐퍼를 조합해 거친 노면에서도 안정적인 접지력과 세련된 승차감을 동시에 제공합니다.
중형 오프로드 시장의 판도를 바꿀 허머의 미래 비전
GMC 허머 X 콘셉트 형제는 대형화와 고출력 경쟁에 치중하던 기존 전기차 시장에 신선한 메시지를 던집니다. 단순히 크기를 키우고 배터리 용량을 늘리는 방식에서 벗어나, 차체를 줄이고 엔지니어링 효율을 높여 오프로더 본연의 가치인 기동성과 험로 주행 성능을 극대화할 수 있음을 증명했습니다.
지엠이 이 콘셉트카를 바탕으로 랭글러와 브론코가 양분하고 있는 중형 정통 오프로더 시장에 실제 양산형 모델을 투입하게 된다면, 기존의 느린 판매 흐름을 반전시키고 전동화 오프로더의 대중화를 이끌 강력한 무기가 될 것입니다. 무거운 하드웨어의 한계를 디자인과 아이디어로 극복하려는 지엠의 새로운 시도가 향후 허머 브랜드의 미래 제품군에 어떻게 녹아들지 전 세계 자동차 마니아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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